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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매거진 창간호의 p.p 69~73 "제대로 된 나이프 하나"에 관한 단상

Sth Btwn Us 2015. 4. 1. 02:42





  올리브 매거진 한국어판이 발간 되었다. 그 중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나이프에 관한 설명들이었는데, 나이프를 수집하고  사용하는 본인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읽다보니 조금 틀린 점이 있다.




P. 69


  1. 요시히로 코리아의 이진선 대표의 답변


  F : "비싼 칼은 아니더라도 좋은 칼을 써야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죠. 일단 요리의 맛이 달라져요. 좋은 칼로 썰면 단면적이 깔끔하게 썰리기 때문에 채소가 수분을 머금고 있어요."


  T : 좋은 나이프라도 샤프닝이 잘 되어 있지 않으면 단면적이 깔끔하게 썰리지 않는다. 깔끔한 재료 손질은 좋은 강재의 나이프, 값비싼 브랜드의 나이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나이프의 예리함에 달려 있다. 


  2. Check List 3번의 "관리에 자신없는 귀차니스트라면 무조건 '스테인리스틸'이 답이다." 부분

    

  위에 "칼을 잘 말리고 주기적으로 갈아 줄 수 있다면 탄소강 계열의 칼을 선택"하라고 적어 놓음으로써 마치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 나이프는 별다른 관리가 필요 없는 것으로 써 놓았는데,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 나이프도 주기적으로 갈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스테인리스 스틸을 "스테인리스틸"이라고 적어 놨다. 창간호라 교정을 볼 시간이 부족했던 것으로 생각하면 좋을까?


  3. TIP 1번의 "440 & AUS8" 부분

  

  F : 무게가 가볍고 잘 갈리지 않아 한국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T: 쓰이는 강재의 무게는 전적으로 나이프의 두께와 크기에 달려 있다. 440 계열 강재라고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잘 갈리지 않는다고 되어 있는데, CPM-S30V, VG-10, ATS-34, 154CM 등의 프리미엄 강재로 만든 나이프에 비하면 매우 잘 갈리는(엣지 유지력이 낮은) 편이다. 물론 8Cr13Mov같은 저급 중국제 강재로 만든 나이프(보통 다이소에서 파는 식칼)보다는 엣지 유지력이 좋은 편이다. 


  F : 탄소 함량과 경도의 차이에 따라 440A, AUS8A 등으로 다양하게 세분화 된다.


  T : 440 계열 스틸과 AUS 계열 스틸은 탄소 함량에 따라 440A(0.65~0.75), 440B(0.75~0.95), 440C(0.95~1.20), AUS4, AUS6, AUS8, AUS10 등으로 분류되지만, 무조건 탄소 함량에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CPM-S30V, CPM-S90V, CPM-S110V 같은 강재는 바나듐 함량에 따라 세분화 한 것이다.

  그리고 경도의 차이는 강재의 분류와 전혀 상관이 없다. 경도는 전적으로 퀜칭Quenching(담금질), 템퍼링Tempering(뜨임) 공정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다. 오스테나이트화한 조직을 급랭시키면 치밀한 마르텐사이트 조직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경도Hardness가 높아진다. 물론 최고로 높이 올릴 수 있는 경도는 강재마다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같은 강재라도 열처리를 잘못하면 일정 수준의 경도가 나오지 않는다.

  4. TIP 1번의 "몰리브덴 스틸" 부분


  F : 강도가 좀 약하고 무른편에 속한다.


  T : 몰리브덴이 들어간 스틸이라고 전부 강도가 약하고 무른 것은 아니다. 강재를 강화하기 위해서 각종 비금속, 금속들을 합금하는데 몰리브덴Mo는 강재의 가공성Machinability을 높여 주고 녹에 대한 저항력Corrosion resistance을 높여준다. ATS-34 스틸은 440 계열 스틸보다 몰리브덴 함유량이 더 높지만, 더 좋은 강재로 친다. 아마 위 발언은 저가 나이프를 만들 때 사용하는 중국산 8Cr13Mov 강재를 겨냥하고, 뭉뚱그려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5. TIP 1번의 "다마스커스 강" 부분


  F : 중동권에서 개발된 강철이다. 십자군  전쟁 등 여러 전투에서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았으며, 일본 사무라이 칼도 이것으로 만들었다. 

  T : 일단 다마스커스 강이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패턴 웰디드 스틸Pattern-welded Steel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예전에 MBC의 서프라이즈에서 철을 두부처럼 베는 강철이라고 약을 판 적이 있어서 다마스커스 짱짱맨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실제로는 현대 제철기술로 만든 특수강종보다 매우 후지다. 또 중동권에서 개발된 강철이 아니라 그 강재를 인도, 스리랑카 등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그리고 "일본 사무라이 칼"은 다마스커스 강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사철을 녹여 타마하가네玉鋼를 만들고, 그걸 달궈서 때리고(단조), 접는(접쇠)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서 불순물이 적은 철을 얻는다. 그 철로 만드는 게 일본도이다.





P. 070


 6. Q&A 2번의 "경도는 20~22도 정도로 낮은 편이다 ~ 경도는 15~18도로 높은 편으로" 부분

  

  경도계의 종류에는 브리넬 경도계, 로크웰 경도계, 모스 경도계, 비커스 경도계 등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나이프의 경도를 표시할 때 전세계에서 주로 쓰는 것은 로크웰 경도Rockwell Hardness(단위 : HRC)이다. 보통 쓸만한 나이프는 HRC 경도가 58~60 사이이고, 회를 뜰 때 사용하는 나이프는 HRC 경도로 64 이상 가기도 한다. 

  (로크웰 경도를 다른 경도계로 환산해도) 위에서 언급한 "20~22도, 15~18도"라는 경도는 나이프로써의 가치가 없을 정도의 경도이다. 또 '숫자가 낮은데 경도가 높다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말이다.


  7. Q&A 3번의 보관법 부분

  

  행켈의 노숙원 과장의 발언인 "칼은 씻어서 그대로 두면 안된다. 마른 천으로 닦아 칼집에 넣어 건조하게 보관해야 한다"는 탄소강 나이프에만 해당되는 말이다. 스테인리스 나이프는 씻고 나서 가볍게 휘둘러서 물기를 날려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마른 천으로 닦아 칼집에 넣어 보관"할 필요까지는 없다.


  8. Q&A 3번의 칼 가는 법 부분


  "숫돌을 물에 최소한 30분 이상 담가"두는 행위는 물 숫돌에만 해당된다. 아칸사스 스톤같은 기름 숫돌은 물 대신 미네랄 오일을 발라 사용한다. 그리고 숫돌을 구성하는 연마제 종류에 따라서 30분 이상 담궈두면 숫돌이 비누처럼 벗겨지는 경우도 있다. 숫돌을 무턱대고 30분 이상 담가 두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액상 세제는 전혀 바를 필요가 없다.



  초보자들이 처음 샤프닝을 할 때는 바로 숫돌을 사용하는 것보다 위와 같은 샤프닝 시스템을 사용하는 편이 낫다. 란스키Lansky 사의 샤프닝 시스템(링크), 스파이더코Spyderco 사의 샤프메이커(링크), 위키드엣지Wicked Edge 사의 샤프닝시스템(링크)를 추천한다.

  그리고 샤프닝 스틸은 기존의 엣지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완전히 무뎌진 엣지를 세우는데는 전혀 도음이 되지 않는다. 


  9. Q&A 4번의 칼 소재에 관한 부분


  "스테인리스는 이녹스 강철이라고도 불리는데 녹슬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적었는데, 틀린 발언이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탄소강에 비해서 녹이 덜 스는 것이지 녹이 안 스는 것이 아니다. 




P. 072


  10. 나이프 제원 설명 중 소재 부분


  특수강(스테인리스스틸+탄소+크롬+ …+바나듐스틸)이라고 적어놨는데, 특수강은 탄소강의 성질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원소들을 첨가한 합금강을 말한다. 저렇게 무식하게 다 섞은 강재가 아니다. 하이카본스틸을 제외한 모든 강재는 특수강으로 분류할 수 있다.


  11. 그리고 요리를 하는데 과연 이렇게 비싼 칼을 써야 하는가? 좀 더 싸게 사는 방법은 없는가?


  비싼 칼 쓸 필요 없고, 나이프 샤프닝만 잘 하면 된다. 물론 나이프에 쓰인 강재가 좋으면 엣지가 오래 간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주방용 나이프는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상 도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수입이 가능하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때는 원래 가격의 반값에도 구매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직구를 추천한다. 나는 Knifecenter.com을 애용한다.





  오랜만에 나쁘지 않은 음식관련 잡지가 나왔는데, 잘 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