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rchive/Cooking

망해버린 양 사태 브레이즈 Braised Lamb Shanks

Sth Btwn Us 2014. 12. 8. 23:30

  결론부터 말하자면 4시간 동안 요리 해놓고 망했다. 아마도 친구한테는 먹일 수 있겠지만 주방장이라면 내놓지 않을 수준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앎과 재현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요리였다. 마이클 룰만Michael Ruhlman의 책 Ruhlman's Twenty에 있는 레시피를 보고 만들었다. 모로코 식 양 사태 브레이즈였다.



  1. 양 사태를 코셔솔트로 시즈닝 후 간이 배이도록 최소 15분에서 최대 2일까지. 바빠서 20분만 했다. 


  2. 겉에다 All-Purpose Flour(중력분)을 입힌다. 이는 시어링 시 크러스트 형성에 도움을 준다.



  3. 카놀라 유에 겉을 시어링.



  4. 레시피 북에 나온 정도로 시어링 후 잠시 대기.



  5. 양파와 마늘을 볶고 향신료(코리앤더, 커민, 카이옌 페퍼) 투하. 여기에 라스 엘 하누트Ras el Hanout(북아프리카 마법의 향신료로 여러가지 향신료를 배합해서 만든다. 파는 가게마다 레시피가 전부 다르다. 요리에 복합적인 맛을 불어 넣어준다.)를 추가로 넣었어야 했는데 없어서 나름대로 배합해서 넣었다. 클로브 조금, 넛맥 조금, 흑후추 조금, 아니스 조금, 커리파우더 조금



  6. 통조림 토마토(데체코 껄 썻다)를 갈아서 넣고 레몬 콩피도 투하



  7. 종이 호일을 덮는다. 열의 발산을 막고 수분 증발도 약간 억제해준다. 어차피 마이야르 반응은 충분히 일어남.



  8. 150℃에서 3 시간 동안 익힌다.



  9. 결과물.


  물론 오래 조리한 만큼 잘 찢긴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부드럽지 않았다. 바스러질 정도의 식감이 아니었다. 다만 간이 조금 덜 됐다. 간을 겉에만 하지말고 염지Brining했으면 어땠을까나... 너무 짰을라나? 토마토 소스를 좀더 갈아서 물을 섞었어야 했다. 오븐에서 냄비를 꺼내보니 레시피 북 사진에 비해서 많이 졸아들어 있었고 대신 토마토 간 것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향신료도 양고기에 영혼을 불어넣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개 짜증나서 밤 11시에 사태 두 짝 다 먹었다. 와인도 반 병 깠다.




  실패의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자면


  1. 근막때문에 간이 덜 배인 것인가? 그렇다면 제거하고 염지를 함으로써 간을 불어 넣을 수 있다. 다만 브레이징 특성상 겁나게 짜게 될 염려가 있다.


  2. 모로칸 퀴진 치고 향신료의 풍미가 너무 없다. 이는 향신료를 좀더 팍팍 넣음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일부 향신료의 경우 극히 소량으로 음식의 표정이 180도로 변해 버린다는 것... 특히 클로브랑 넛맥...


  3. 중간에 약간 쓴 맛이 난 부분이 있었는데 레몬콩피 때문이었다. 딱 레몬 껍질의 쓴 맛. 장기간 숙성을 안 시켜서 콩피라고 하기 창피할 정도였던 것을 넣었던 게 원인. 콩피는 재껴야 하나...?


  4. 양사태 브레이즈와 토마토 소스는 과연 조화로운가...? 전체적으로 뭉툭한 맛이 강했다. 셰리 식초 살짝 뿌려서 방점을 찍어도 괜찮을 것 같다. 



  조만간 다시 한 번 만들어 봐야겠으나 토마토 소스는 쓰고 싶지 않다. 난 에스뚜빠드 드 뵈프 같은 걸 원한다고!!!! 물론 다른 부위 다른 고기를 써야겠지....




P.S. 멍청하게도 향신료를 넣을 때 Tablespoon을 Teaspoon으로 착각해서 넣었다. 이러니까 이딴 요리가 나오지 ㅠㅠ 멍청잼ㅠㅠ 레시피를 볼 때는 항상 유의하자. Tablespoon인지 Teaspoon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