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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오르세미술관 전 - 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2014.5.3. ~ 2014.8.31. - 올해 반드시 가야 할 슈퍼 메이저급 전시...

Sth Btwn Us 2014. 5. 4. 23:43

2014년 5월 3일부터 동년 8월 31일까지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오르세미술관展 을 개최한다.


개최일인 토요일은 저녁 9시까지 야간개장을 하기에 날씨도 선선하고 사람이 붐비지 않을거라 생각해서 저녁을 후다닥 먹고 중앙박물관 가서 감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 가면 땅을 치고 후회할 정도'의 전시다.


'인상파의 아버지' 카미유 피사로부터 '나비파(Nabis 派)' 폴 세뤼지에에 이르는 회화작품, 펠릭스 브라크몽, 외젠 루소와 르네 랄리크 등등 자포니즘(Japonism,19세기 중반부터 유행하던 일본풍의 사조)에 큰 영향을 받은 작가들의 공예작품, 그 밖의 각종 건축 사진, 스케치 등 우리나라에서 잘 소개되지 않았던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주옥같은 작품들이다.


 성인 1인당 12,000원이라는 말도 안되게 저렴한 티켓값도 만족감에 한 몫한다. '한XX미술관' 처럼 전시별로 2-3만원씩 뜯어먹는 '날강도' 전시 (그마저도 사람이 붐벼 제대로 된 감상이 불가..)가 아니라서 정말 좋았다.



전시 작품 중에 대표적인 몇 작품을 소개한다.



클로드 모네

서리

Claude Monet(1840-1926)

Le Givre

1879-1880, 캔버스에 유채, 61 x 100 cm


모네가 그 누구보다 사랑했던 아내 카미유 됭시외(Camille Doncieux)를 자궁암으로 잃고 나서 베퇴유에 머물면서 그린 그림이다. 얼어붙은 센 강의 지류를 그렸다.

온통 서리가 뒤덮여 얼어있다. 창백해 보이는 푸르스름한 강가.. 붉은 빛, 푸른 빛을 띄는 햇살이 아침 햇살같아 보인다. 그림 오른쪽 하단에는 갈색 물체가 있는데 아마 배일 것이다. 뒤집혀져 있는 것 같다. 아마 뒤집힌 채로 강과 함께 얼어버렸으리라.. 그 외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고독함이 가득한 풍경이다. 카미유를 잃은 모네의 비애와 절제된 슬픔이 엿보이는 그림이다.




클로드 모네

런던, 안개 속 햇살이 비치는 의회당

Claude Monet(1840-1926)

Le Parlement, trouée de soleil dans le brouillard

1904, 캔버스에 유채, 81 x 92 cm


'루앙 대성당' 연작 시리즈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모네는 1899년부터 템스 강 풍경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런던 템스 강에서 바라본 전경' 37 연작 중 하나이다. 그림을 보면 뭔가 꿈 속에 있는 느낌이다. 안개 덕분에 빛이 산란된다. 프리즘을 통해 분광된 빛처럼 빨주노초파남보의 색깔이 화폭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안개와 빛의 산란 덕분에  의회당과 템스강, 그리고 해가 떠 있는 하늘의 경계가 모호하다. 의회당이 구름 속에 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뭔가 음울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카미유 피사로

루앙의 보이엘디유 다리

Camille Pissarro(1830-1903)

Le pont Boïeldueu à rouen

1896, 캔버스에 유채, 54 x 65 cm


피사로는 루앙을 방문하고 산업화된 도시의 모습에 매료되어 루앙 도심 연작을 그리게 된다.  점점이 찍는 듯한 붓 터치로 명암의 대비를 잘 표현하고 다리의 형태를 완성했다.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역동적이고 활기차보인다.





피에르 퓌비 드 샤반

가난한 어부

Pierre Puvis de Chavannes(1824-1898)

Le Pauvre Pêcheur

1881년 경, 캔버스에 유채, 155.5 x 192.5 cm


현재 전시 중인 작품은 아리스티드 마욜(Aristide Maillol)의 가난한 어부 재해석 버전인 '퓌비 드 샤반의 가난한 어부'  이나, 샤반의 원작을 가지고 와 보았다. 제목인 '가난한 어부' 처럼 그림의 중심에는 어부가 서 있다. 살짝 고개 숙인 모습에 밀레의 작품 '만종'이 얼핏 연상된다. 하지만 종교적 경건함이 피어나는 밀레의 만종과는 다른 느낌이다. 어부의 얼굴에서는 삶에 찌든 모습이 보인다. 옆쪽 뭍에서는 아내인지 딸인지 모르겠지만 삐쩍 마른 여인이 어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꽃을 따고 있고, 빨간색 보자기를 두른 아이는 꽃밭 위에서 놀고 있다. 이 작품을 본 비평가 폴 만츠는 '표현력이 매우 풍부하며, 가슴을 쥐어짜는 빈곤과 치유될 수 없는 비참함이 깃들어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런 평처럼 어부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삶의 무게감과 좌절의 감정이 아주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나도 모르게 슬퍼지는... 그런 그림이다...



이 밖에도 많은 작품들이 있으니 꼭 관람하길 바란다.


전시된 몇몇 작품을 추가로 소개해본다.



막시밀리앙 뤼스

에르블레의 센 강

Maximilien Luce(1858-1941)

La Seine à Herblay

1890, 캔버스에 유채, 50.5 x 79.5 cm




조르주 레망

하이스트 해변

Georges Lemmen(1865-1916)

Plage à Heist

1891, 캔버스에 유채, 37.5 x 45.7 cm




폴 시냑

저녁 무렵의 아비뇽(아비뇽 교황청)

Paul Signac(1863-1935)

Avignon, Soir(Le Château des Papes)

1909, 캔버스에 유채, 73 x 92 cm




폴 세뤼지에

정물, 화가의 아틀리에

Paul Sérusier(1863-1935)

Nature morte, L'atelier du peintre

1891, 캔버스에 유채, 60 x 73 cm




빈센트 반 고흐

시인 외젠 보흐

Vincent Van Gogh(1853-1890)

Eugéne Boch(Le poète)

1888, 캔버스에 유채, 60.3 x 45.4 cm




카롤루스 뒤랑

앙포르티 후작 부인

Carolus-Duran(1837-1917)

La marquise Anforti

1875, 캔버스에 유채, 206 x 127.5 cm




존 싱어 사전트

카르멘시타

John Singer Sargent(1856-1925)

La Carmencita

1890, 캔버스에 유채, 229 x 140 cm




에밀 프리앙

그림자

Émile Friant(1863-1932)

Ombres portées

1891, 캔버스에 유채, 116 x 67 cm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어린 시절의 페르낭 알팡

Pierre Auguste Renoir(1841-1919)

Fernand Halphen enfant

1880, 캔버스에 유채, 46.2 x 38.2 cm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앉아 있는 젊은 여인

Pierre Auguste Renoir(1841-1919)

Jeune fille assise

1909, 캔버스에 유채, 65.4 x 55.5 cm




폴 고갱

부채가 있는 정물

Paul Gauguin(1848-1903)

Nature morte à l'éventail

1888~1889년경, 캔버스에 유채, 50.5 x 61.5 cm




폴 고갱

노란 건초더미 또는 황금빛 수확

Paul Gauguin(1848-1903)

Les meules jaunes ou La moisson blonde

1889, 캔버스에 유채, 73 x 92.5 cm




폴 세잔

양파가 있는 정물

Paul Cézanne(1839-1906)

Nature morte aux oignons

1896-1898, 캔버스에 유채, 66 x 82 cm




에드가 드가

메닐 위베르의 당구대가 있는 방

Edgar Degas(1834-1917)

Salle de billard au Ménil-Hubert

1892, 캔버스에 유채, 50.7 x 65.5 cm




모리스 드니

천국

 Maurice Denis(1870-1943)

Le Paradis

1912, 캔버스에 유채, 50 x 75 cm




앙리 루소

뱀을 부리는 여인

Henri Rousseau(1844-1910)

La Charmeuse de serpents

1907, 캔버스에 유채, 167 x 189.5 cm




추가1. 모네는 카미유를 모델로 많은 작품들을 그렸는데 그 중 카미유가 숨을 거두는 순간에 그린 작품을 소개해본다. 링크로 좋은 해석까지 첨부.




클로드 모네

임종을 맞은 카미유

Claude Monet(1840-1926)

Camille sur son lit de mort

1879, 캔버스에 유채, 90 x 68 cm


[이주향의 그림으로 읽는 철학](26) 클로드 모네 ‘임종을 맞는 카미유’ <-- 클릭시 연결 




사족1. 휴일 낮에 가면 보나마나 매우 붐빌 것이다.. 야간개장하는 수요일, 토요일 6시 이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족2. 알고 보니 이번 '오르세전'도 일전에 인상파 화가들 작품을 모아서 기획전시 한 바 있는 지앤씨 미디어에서 기획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이름 걸고 하는 것이니까 지앤씨에서 조금 양보했을수도 있고, 아니면 국가에서 보조금이 나와서 티켓값이 싼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