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부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그냥 비도 아니고 장대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에서 태풍이 하나 더 온다고 그러던데 아마 그것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도 밥은 밖에서 먹고 싶어서 밖에 나갔다. 티셔츠, 반바지, 쪼리. 비 오는 날은 이렇게 나가는 게 알파요 오메가다. 비 오는 날 긴바지를 입고 구두를 신으면 걸음걸이가 조심스러워진다. 물이 고인 곳도 피하게 되고, 우산이 비를 막아주는 영역 밖으로 성큼성큼 발을 내딛을 수 도 없다. 어차피 젖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러게 된다. 그런데 쪼리를 신으면 신경 안 써도 돼서 좋다. 또 고인 물 웅덩이에 첨벙첨벙 발을 튕기는 재미도 있다. 나는 이러는 걸 정말 좋아한다. 옆에 사람이 있으면 그러지는 않지만, 혼자서 걸어갈 때면 일부러 물 웅덩이로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