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rchive/The Art of Combat

독일식 아밍소드&버클러 vs 이탈리아식 사이드소드&버클러

Sth Btwn Us 2016. 1. 31. 23:50


  우리의 위대한 비리공무원 파울루스 헥터 마이어Paulus Hector Mair의 초호화판 검술서 Opus Amplissimum de Arte Athletica의 싱글 사이드소드, 소드&대거 편을 번역했고 뒤이어 소드&버클러를 번역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그 자신이 드레스덴 사본 MSS Dresden C.93/C.94에서 검을 지칭하는 단어로 Schwert가 아니라 Rappier라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헥터 마이어의 소드&버클러는 이탈리아식 사이드소드&버클러 검술이 아닌 독일식 아밍소드&버클러 검술이라는 것이다.


  독일식 소드&버클러의 기원은 1320년대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발푸르기스 페흐트부흐Walpurgis Fechtbuch (MS I.33)으로 여겨지는데 이 발푸르기스 사본에는 아밍소드를 이용한 소드&버클러 검술이 나온다. 독일식 S&B의 특징은 아밍소드를 쥔 손을 버클러로 적극적으로 보호 하면서 검을 휘두르고, 적의 검과 바인딩되면 그대로 밀고 들어가서 버클러로 추가타격을 행하거나 곧바로 그래플링, 레슬링 기술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반면 이탈리아의 펜싱마스터 아킬레 마로쪼Achille Marozzo가 1536년에 출간한 Opera Nova dell'Arte delle Armi를 보면 S&B를 다른 방식으로 행한다. 즉 독일식 S&B와는 달리, 검을 쥔 손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고 버클러를 앞으로 내민 상태에서 싸움을 해나간다. 확실히 독일식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그럼 이 차이를 독일 리히테나워류와 이탈리아 다르디학파 류, 각각의 검리와 전투를 행하는 방식에 의한 차이로 보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아밍소드의 경우는 손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크로스가드 이외에는 전무하다. 이렇게 방어가 부실하기 때문에 손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버클러를 갖다 대고 싸울 수 밖에 없다. 또 아밍소드 자체가 사이드소드에 비해 체급이 큰 편이고 무게중심도 멀기 때문에, 한 번 휘두르게 되면 빈틈이 좀 더 크게 생긴다. 그러므로 검끼리 바인딩이 되면 곧장 유술기로 들어가거나 버클러로 타격을 가해야 한다. 

  반면 사이드소드의 경우는 핑거링, 너클보우, 사이드링 등등 손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검끼리 베기 대 베기로 바인딩 상태로 돌입한 다음에 상대의 검이 내 엣지를 타고 쭉 내려와도 무조건 사이드링에 걸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손을 맞을 일이 거의 없는 편이다. 버클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드소드&버클러는 버클러를 쥔 손을 내밀고 상대방의 검로를 따라 공격을 봉쇄하면서, 오른손의 검으로 빈틈을 공격하는 것이다. 또한 아밍소드에 비해 가볍기 떄문에 컨트롤이 쉽다. 그래서 원거리에서 적의 검 위,아래로 두히벡슨Duchwechslen이나 압벡슨Abwechslen을 하면서 찌르기 공격을 하기 용이하다. 

  그렇다 보니 독일식은 적과의 거리를 좁혀 들어가서 싸우지만 이탈리아식은 원거리에서 공격을 막고 찌르기로 끝내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이것을 놓고 독일식은 적극적이고 이탈리아식은 멀리서 겐세이 놓으면서 소극적으로 싸움을 행한다고 단정 짓는 것은 좀 아니라고 본다. 나는 이 차이가 적극적인 독일식 리히테나워류, 소극적인 이탈리아식 다르디류 각자의 싸움 방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무기의 특성 차이 다시 말해 아밍소드와 사이드소드 간의 특성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빨 털기만 해서는 검증이 안되니 어제 정기 세션에서 아밍소드를 이용해 이탈리아식 S&B 스파링을 해 보았다. 그 결과 사이드소드를 쥐었을 때는 안 맞을 공격에 아밍소드를 쥐었을 경우는 반드시 맞는다는 것이다. 결국 버클러를 내밀고 원거리에서 싸우는 이탈리아식이 소극적이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물론 독일식으로 사이드소드&버클러를 운용할 수 있긴 하겠지만, 그것은 사이드소드의 특성을 활용하지 않고 봉인해 놓은 꼴이라고 본다.  파울루스 헥터 마이어가 사이드소드&버클러를 실제로 해보기는 했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자신이 검술서를 모으고 취합해서 정리하는데는 일가견이 있었을지 몰라도 검술가로써의 자질은 그닥이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