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 Chit Chat

김소형, 유계영, 조성진

Sth Btwn Us 2015. 11. 19. 21:27



  김소형 시집 ㅅㅜㅍ, 유계영 시집 온갖 것들의 낮, 조성진 쇼팽 콩쿨 실황 앨범을 샀다. 요즘 들어 시집에 손이 많이 가서 자주 보게 된다. 조성진 씨가 쇼팽 콩쿨 우승하는데 대한민국이 보태준 건 하나도 없지만 어쨌든 잘 된 일이다. 다만 이걸로 대한민국이 조성진 씨 발목 잡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애국심으로 한국 와서 공연하라는 그런 것 말이다. 딱히 사랑할 만큼 가치가 있는 나라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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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소메 맛



  다 이야기해 봐

  이야기하면 다 괜찮아질 거야

  너는 이야기한다

  나는 너를 믿지 않으니까

  이야기한다


  어떤 종(種)이건 하나의 저주가 내려온대

  짐승과 침을 섞은 우리의 조상

  그래서 변함없는 입술의 위치


  다 이야기하면 알게 되겠지

  낙타의 혀처럼 이국적인 농담


  나는 다 이야기하고

  너는 내 가죽 밑에 숨는다


  귀가 큰 사람의 매력은

  거짓말을 잘 감싸 주는 거


  너는 다 이야기하고

  괜찮아

  금방 괜찮아질 거야




  유계영 시집    「온갖 것들의 낮」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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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ㅅㅜㅍ


  

   꿈속이라 믿었던 숲이었습니다

   어딜 가나 음악이고 어디서나 음성이던 숲

   저는 환한 잠을 따 광주리에 담았습니다

   제게 잠을 먹이려는 어수룩한 무리가 있었고 다시

이 세계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는 천사들이 있었지

요 밤마다 불 피우며 땅속에다 숲을 두고 돌 속에다

숲을 두고 주머니에도 발가락 사이에도 두었습니다

  이미 죽은 당신에게 총을 겨누는 병사들과 당신을

묻기위해 땅을 파는 인부들과 숨겨둔 숲을 찾아 도

끼질하는 벌목꾼을 피해 그리하여 숲은 만들어졌습

니다


   숲을 두고 숲을 두고

   그저 당신과 하루만 늙고 싶었습니다

   빛이 주검이 되어 가라앉는 숲에서

   나만 당신을 울리고 울고 싶었습니다




  김소형 시집   「ㅅㅜㅍ」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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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도 오고 춥고 배고프고 졸리고 시집 읽기 좋은 밤이에요. 핫초코도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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